안경사 업권 강화를 위한 법안 필요해

코로나19 여파 속에 치러진 제21대 총선이 마무리됐다. 이번 선거에서는 119구조본부 소방관,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팀 총감독 등 다양한 직군이 국회에 새롭게 입성하며 화제가 됐다. 보건의료계열에서는 의사, 약사에 이어 12년 만에 간호사 출신 의원도 2명 탄생해 보건의료 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소상공인 단체의 대표 또한 국회 진출에 성공해 소규모 자영업자들을 위한 제도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안경사 출신 국회의원은 요원한 상황이다. 협회를 중심으로 업권 수호에 힘을 쏟으며 더 큰 목표를 위한 중장기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안보건 전문가의 역할 다할 수 있는 제도 필수

각 분야에서 전문가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법적 기준과 근거가 뒷받침 될 때 업무를 보장 받고 업권을 수호할 수 있다. 안경사 또한 의료기사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학위를 이수하고 국가시험을 통해 면허를 취득하고 있으며, 도수 안경과 콘택트렌즈 판매는 안경사 고유의 영역이 됐다.

그러나 업계 종사자들은 입을 모아 현행법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한다. 사회 환경의 변화와 삶의 질 향상을 중시하는 풍토로 안보건 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요구가 증가하는 추세지만, 법적 토대가 미흡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의료기기인 안경과 콘택트렌즈를 경제논리로만 판단하는 오류를 범해 온라인 판매나 대기업 진출 허용과 같은 이슈들이 불거지기도 한다. 소상공인인 자영업자를 보호하는 법안도 시급하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을 원천봉쇄하고 각종 수수료 인하는 물론, 최근 코로나와 같은 불가항력 사태에도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지원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위와 같은 문제는 주제만 다를 뿐 많은 직역이 겪고 있는 문제기도 하다. 법을 제정하는 입법기관이 바로 국회다. 때문에 우리 사회의 많은 직역들이 국회의원으로 출마하거나 비례대표에 이름을 올리기를 희망한다. 특히 보건의료 쪽은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어 있는 만큼 의사, 약사 등이 꾸준히 국회에 진출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이끌고 제도를 생성하거나 개선해가며 업권을 수호해 나가고 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안경업계 또한 정치와 뗄 수 없는 관계다. 관련해서 안경사 출신 국회의원에 대한 열망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여전히 먼 일로만 여겨질 만큼 안경사의 국회 입성은 요원하기만 하다. 이번 총선에서 김대원 제주도안경사회 회장이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안타깝게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전국 성인의 절반 이상이 안경 및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며 안경류는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고, 디지털기기의 생활화, 노안인구 급증, 대기환경 악화 등 환경의 변화로 안보건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즉, 국민의 눈 건강을 확보하고 삶의 질 향상을 이끄는 안보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이다. 이에 부합하는 정책 수립과 안경사의 전문성 확대를 위한 법안이 필요하다. 안경업계도 안보건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더 넓은 필드에 나가야 한다. 그러나 이는 개인의 힘으로는 이루기 어렵다. 국회 진출과는 별도로, 안경사들은 협회를 위시해 단합하며 주어진 상황과 조건 안에서 할 수 있는 정치 행위를 하며 업권을 수성해야 한다.

업권 수호를 위한 협회의 노력

협회는 창립부터 현 20대 집행부에 이르기까지 안경사를 대표하는 단체로서 수십년 동안 활동을 해오고 있다. 안경사는 국가면허를 소유한 안보건 전문가로서 지닌 책임과 의무가 있으며, 보건복지부는 물론 입법기관인 국회, 의료기사 단체 및 소상공인 단체 등 유관단체들과의 면밀한 관계유지와 상호교류가 매우 중요하다.

단적인 예가 바로 지난해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근용안경·도수 수경 온라인 판매 법안의 폐기다. 협회는 해당 법안 저지를 위해 정부, 국회, 유관단체, 각계 주요인사 등을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단계별 대응방안을 펼치며 업권 수호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주무부처인 복지부와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유기적인 협의를 해나갔으며,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규제개혁위원회 등 주요 관계부처에 진정서를 전달하며 입장을 표명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22명 국회의원을 비롯해 정부 관련 부처 담당자들과 지속적인 만남을 가져 법안의 부당성을 밝히고 입장을 전달했으며, 대한의료기사단체총연합회, 대한안과학회 등과 유기적인 협력 관계를 형성하며 대응했다. 서울시장과의 차담회, 청와대 정책기획비서관과 면담을 가져 정부의 안경류 인터넷 판매에 대한 반대 입장도 표명했다. 각 시도안경사회 또한 지역 국회의원과의 간담회를 통해 개정안의 부당함과 위험성에 대해 적극 알렸다. 이에 온라인 판매 법안은 최종 폐기라는 결실로 이어질 수 있었다.

지난 2018년 안경원 필수장비와 관련된 의기법 개정 사례도 중요한 예다. 필수장비는 안경원 개설 시 갖춰야 할 기본이자 안경사들의 업무영역을 법적으로 명시한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2015년 필수장비 항목이 삭제되는 중대한 상황을 맞았다. 이는 안경사의 업무범위 축소와 전문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당시 일선 회원들을 포함한 업계인들은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20대 집행부는 삭제된 장비 복원을 위해 매진했으며, 마침내 2018년 12월 20일 안경원 개설 시 갖춰야 할 6가지 필수장비가 명시된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시행규칙이 확정 공포됐다. 아울러 시행령에는 안경사의 업무범위가 ‘시력검사’에서 ‘굴절검사’로 격상돼 표기됐으며, 자동굴절검사기기를 이용한 타각적 굴절검사를 할 수 있다고 명문화됐다. 그간 다소 불안정했던 업무와 법적지위에 대해 정당성을 확보하고 업권이 강화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진일보한 미래 맞이해야

안경사 제도가 시작된 이래 외부세력의 업권 침투와 정부의 규제완화 시도는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최근만 해도 콘택트렌즈와 근용안경, 도수 수경의 온라인 판매를 꾀하는 시도로 업계가 홍역을 치렀다. 다행히 법안은 폐기됐지만, 대형 글로벌 업체들이 정치권을 상대로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를 위한 접촉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떠도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지금 안경업계는 사회 속에서 전문가 집단으로서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 내부의 소모적 논란은 최대한 자제하고, 대외적 활동에 전념하여 안경사와 관련된 정책을 마련하고 제도를 개선해 나가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안경사가 국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안경사 국회의원은 아직 미지의 영역이지만, 각 지방의회에는 안경사 출신 의원들이 꾸준히 당선되며 미래에 대한 기대를 더하고 있다.

그간 환경의 변화로 업계는 새로운 기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시대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준비하고 제도권과 유대관계를 맺으며 영역을 확장해가야 한다. 그래야만 보다 진일보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 이는 ‘안경사 =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안보건 전문가’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이루어져야 가능한 일이다. 전문인으로서 위상이 높아지고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진다면 국회는 물론, 사회 곳곳에서 활약하는 안경사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협회는 업계 현안과 관련된 모든 일에 조금도 소홀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새롭게 구성되는 21대 국회를 통해서 필요한 정책들을 쉼 없이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관련해서 협회는 시력보정용 안경의 국가지원 정책과 안경사의 6급 이하 보건·의료기술직 공무원 시험 시 가산점 인정 정책 제안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 이상이 안경 및 콘택트렌즈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정부의 복지정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프랑스의 경우, 안경, 의치, 보청기 품목들에 대해 100% 환급 받을 수 있는 제도(RAC zéro)가 2021년 1월까지 점진적으로 시행되며, 이는 국민의 95%가 혜택을 보게 된다. 우리나라 또한 65세 이상 노인층을 시작으로 단계별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시력보정용 안경의 국가지원 정책이 시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현행법 상 의기법에 명시된 8개 면허 중 안경사만 보건·의료 기술직 공무원 시험의 가산 혜택에서 제외되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차별을 철폐하고 안경사 또한 타 보건의료 직군과 같이 가산점을 인정 받고 보건 직렬 공무원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개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경사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업권이 위협받지 않는 것이다. 그래야만 사회 속에서 안보건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다. 이는 안경사에 대한 인식 제고를 기반으로, 사회적인 합의를 이루고 그것을 법으로 제도화해야 가능한 부분이다. 관련해서 김종석 협회장은 “우리 안경계는 업권 수호를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국가가 양성한 전문가들이 소중한 국민의 눈 건강을 잘 지켜나가도록 보호 되어야 한 분야의 건강한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협회는 정부와 국회를 통해 끊임없이 우리의 위치와 역할에 대한 이해를 높여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