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탁상행정적 규제개혁

국민 안보건과 안경산업에 심각한 위협

2019년 폐기되었던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지난 2020년 정부 입법을 통해 재추진되며 안경계 또한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해당 안은 도수 수경과 양쪽 렌즈의 도수가 같고 그 도수가 3.0디옵터 이하인 단초점 근용안경(돋보기안경)의 온라인 판매 허용에 관한 것으로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심사 계류 중인 상태다. 해당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국민 안보건에 심각한 위협은 물론, 안경산업에 막대한 타격으로 줄 것으로 예상되어 많은 비판과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

국민의 눈건강을 시장논리로만 보는 탁상행정

지난 2019년 5월, 정부가 법안 발의한 근용안경 및 도수 수경의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은 국민 안보건과 안경계에 큰 위기로 다가왔었다. 그러나 협회의 다양한 노력과 5만여 안경사의 결집을 통해 20대 국회 마지막 법안 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되지 않음으로써 자동폐기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다음 해인 2020년 6월 정부는 이미 폐기된 해당 개정안을 다시금 발의했으며, 현재는 정부 발의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심사 계류에 놓여있는 중이다.

이처럼 정부가 근용안경 및 도수 수경의 온라인 판매 완화를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이유는 해당 안건이 2017년부터 추진해온 규제완화 정책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규제완화를 통한 IT 분야의 신사업 동력 발전과 고용 창출은 현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보인 정책으로, 특히 근용안경 및 도수 수경 분야의 경우 온라인 업계가 가장 탐내는 분야라는 점이 맞물린 것. 더욱이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산업 분야의 파이가 커지며, 정부의 이러한 행보는 더욱 힘이 실리는 중이다.

실제 정부의 규제개혁은 다방면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금융계에선 인터넷 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해 지분 보유한도 완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의료분야에선 비대면 원격진료의 규제완화 또한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정부의 규제완화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비판과 우려의 시선 또한 매우 크다. 규제완화의 이유, 효과, 부작용 방지대책에 대해 구체적인 안이 딱히 없기 때문이다. 한 시민단체에서는 “제대로 된 규제개혁은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고 폐지하되, 필요한 규제는 강화하고 신설하는 게 병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과연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완화에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반영되었는지, 또한 규제완화 역시 필요성과 시의성에 맞게 진행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바이오헬스산업 확대를 위해 시범사업으로 규제완화를 시도한 의료기기의 ‘선 진입 후 평가제’의 경우 사업 신청이 2019년 기준 단 1건에 머물러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문제는 근용안경과 도수 수경의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정부는 해당 개정안의 명분으로 소비자의 구매경로 선택권 확대를 내세우고 있다. 특히 이에 대한 근거로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 처방전 없이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과 근용안경의 경우 굴절률 +3.0 디옵터 이내, 양안 동일한 도수에 한해서는 위험하지 않다는 주장, 도수 수경의 경우 수중에서만 사용되는 품목으로서 상시 착용 품목에 비해 부작용 위험이 낮다는 주장 등을 언급한다.

하지만 안경사 제도에서부터 소비자의 구매 접근성에 이르기까지 해외와 우리나라의 실정은 많은 부분이 달라 일률적으로 비교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단적으로 안경사가 아니면 양안동일을 확인할 수 없으며, 설사 소비자가 자신의 시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더라도 시야의 넓이, 시공간 지각의 변화, 상의 왜곡, 망막 상의 확대 등 물리적, 광학적 이유로 문제가 발생될 소지는 매우 높아 위험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에 비해 안경류에 대한 소비자의 구매 접근성은 매우 뛰어나며, 가격대 형성도 낮은 편에 속해 이러한 정책은 국내 실정에 맞지 않는다.

이는 경제논리 측면에서도 그렇다. 국내의 경우 이미 5만여 명의 안경사를 바탕으로 안보건 서비스 산업 기반이 구축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규제완화는 고용창출은커녕 기존에 안정적으로 형성된 일자리를 무너트리는 효과밖에 발생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보완책과 실정 고려 없이 개정안을 추진하는 행보로 물의를 빚고 있다. 말 그대로 국민의 건강권과 업계의 현실적 문제들을 고려하지 못한 탁상행정인 것이다.

국민 안보건과 업권 수호를 위해 협회는 강력한 대응 중

물론 협회는 정부의 무분별한 입법안으로 국민 안보건과 업계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꾸준히 대응을 진행해왔다. 지난 2019년의 경우 입법예고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 임시이사회를 개최해 의기법 개정안에 강력한 반대 의견을 표명하는 한편, 소속 위원회 국회의원 면담, 언론 홍보, 집회 및 시위 등 다각적 대응을 전개했다. 또한 개정안에 반대하는 대국민서명을 전개해 안경사와 일반인 대상 약 5만 건의 서명을 모아 보건복지부에 전달했으며, 규제샌드박스와 관련해서도 전담TF팀을 구성하여 일부 IT기업이 업권 진출을 위해 제기한 주장에 반박하는 자료를 당국에 전달하는 등 강력하고 신속한 대응을 펼쳐 결국 법안 폐기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협회의 이와 같은 노력은 정부의 법안 재발의 이후에도 계속되는 중이다. 우선 입법 재발의가 진행되기 한발 앞서 관련 부처에 강력한 반대의견서를 전달하였으며, 해당 개정안의 문제점과 관련해 홍보 활동을 통한 대국민 공감대 형성에 주력해 오고 있는 중이다. 시도안경사회에서는 지역 국회의원과의 간담회를 통해 해당 의기법 개정안의 위험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설명해오고 있으며, 김종석 협회장 또한 정부 관련 부처 담당자들과 지속적인 만남을 가져 반대 입장을 피력해 오고있다. 더욱이 산·학·연 전반과 유기적 협력 관계를 형성해 당국과 소관위원회에 전문적인 연구자료 및 견해를 끊임없이 전달하는 중이다.

이와 관련해 김종석 협회장은 “국민 안보건을 사수하는 안경사로서 비전문가들의 탁상공론적인 정책 추진이나 시대를 지배하고자 하는 거대 온라인 업체들에게 절대 굴복할 수는 없다”며 “온라인 판매 허용 법안의 저지를 위해서 사활을 건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의지를 전했다.

모두의 단합이 필요한 때

현재 근용안경 및 도수 수경 외의 분야에서도 외부 세력의 업권 침탈 및 당국의 규제 완화 시도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안경사가 1개의 안경원을 개설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법안에 대해 안경원 법인화 허용 위헌심판청구와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 금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심판청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 그렇다. 근용안경 및 도수 수경에 대한 규제완화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향후 안경사의 다양한 업권마저 빼앗길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며, 이는 곧 국민 안보건의 심각한 위기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애초에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을 통해 안경사와 안경원 외의 시력보정용 안경 취급을 제한한 것은 무분별한 구매와 오남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안구 위험성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다. 근용안경과 도수 수경은 명백한 시력보정용 의료기기며 시력과 직결되는 특성상 윤리적이며 전문적인 유통 과정이 필요하다.

더욱이 현재 안경계는 침체 속에서도 노안시장과 수경시장을 확대해 가며 새로운 내부적 성장발판을 키워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근용안경과 도수 수경의 온라인 판매를 허용할 경우 조금씩 자리 잡아가는 업계의 신시장동력은 무너질게 분명하다.

정부의 논리처럼 규제 완화가 항상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규제는 더욱 강화하고 철저히 지켜질 때 안정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안경산업 분야가 그렇다. 안경산업의 성장과 혁신은 오직 안경사의 전문성이 보장받고 국민의 눈 건강이 지켜질 때 일굴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선 안경사들의 역할은 자명하다. 전문가 집단으로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함은 물론, 협회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단합을 해야 한다. 내부의 소모적인 논란의 자제와 불법광고 등에 대한 정화 활동 역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은 그 무엇보다도 업권 사수와 안보건 전문가로서의 외연 확장을 위해 5만 안경사 모두 하나가 되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