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비대면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경원 역시 트렌드를 읽고 미래를 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그에 맞춰 단순 가격경쟁을 넘어선 전략화 된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 특히 인프라 보다는 각 개인의 역량이 승부를 볼 수 있는 환경이 도래하는 만큼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나만의 무기를 확보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정부의 비대면 산업 정책 육성이라는 큰 해일 앞에 5만 안경사의 단합은 필수다.

오프라인·중심상권 지고, 온라인·동네상권 뜨고…

한국은행이 9월 발표한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2~7월 중 온라인쇼핑 거래액의 평균 증가율(전년동기대비)은 30.3%로, 코로나19 이전(2018년 21.7%, 2019년 22.2%)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실제 통계청의 8월 소매업태별 판매 자료를 살펴보면, 전년 동월 대비 면세점(-34.1%), 백화점(-8.0%)과 전문소매점(-10.3%)은 마이너스를 기록한 반면, 무점포소매(인터넷쇼핑, 홈쇼핑, 방문 및 배달판매)는 30.3%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19 이후 본격적으로 홈코노미(Home과 Economy의 합성어로, 집에서 이뤄지는 경제활동을 의미)의 시대에 들어섰으며, 비대면 소비성향이 한층 강화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대면 소비가 이루어지는 오프라인 매장은 어떤 변화를 겪고 있을까? 카카오모빌리티 디지털경제연구소 자료에 의하면, 백화점·대형마트·면세점 등을 통한 쇼핑은 전년 대비 대폭 줄어든 반면, 주거지에서 가까운 소규모 편의점, 생활용품점, 동네슈퍼를 찾는 이들은 대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카드가 발표한 올해 상반기 서울 요식업종 소비변화 자료에서도 전년 대비 명동, 삼청동, 인사동 등 외국인 비중이 높은 전통적인 중심상권 지역은 -46.1%, 홍대, 이태원, 강남역 등 젊은 층이 많은 역세권 핫플레이스는 ­51.1%를 보인 반면, 주거상권인 상계동, 서래마을, 연희동 등은 +24.6%를 기록했다. 즉, 전반적인 소비가 비대면 소비로 변화했지만, 일정량의 소비재 구매와 외식 등을 주거지에서 소비하는 수요도 상당수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소비품목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집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실내활동과 관련된 생활가전, 홈 쿠킹, 홈 인테리어, 홈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판매율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실제 식품(43.0%), 가전·전자(28.0%), 생활·가구(25.4%)의 순으로 매출이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산업통상자원부, ‘8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

디지털 세상 속에서 ‘가치’를 소비하다

이 트렌드를 이끄는 세대가 바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세대)다. 이들은 전체인구의 33.7%, 기업 인력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소비 핵심층으로 꼽힌다. MZ세대는 디지털환경이 마치 숨 쉬는 것과 같이 익숙한 세대이며, 이색적인 경험을 중시하고 재미를 추구하는 소비 경향을 보인다. 실제 1인 미디어로 활동하며 스스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밀가루 브랜드가 뜬금없이 수제맥주 브랜드, 의류 브랜드와 협업한 한정판 굿즈(상품)가 품절사태에 이르고, 스타가 되기 위해 남극에서 헤엄쳐 왔으며 상대가 누구든 거침없이 할 말은 다 한다는 세계관을 가진 펭귄 캐릭터는 인기몰이를 하며 큰 화제가 됐다. ‘사딸라’, ‘묻고 더블로 가’와 같은 대사를 패러디한 짤막한 광고가 화제가 되고, 1일 1깡, 아무노래 챌린지, 병뚜껑 챌린지 등 ‘밈(Meme)’이라 불리는 참여형 콘텐츠가 마케팅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소비로 자신을 표현하고 정의하는 이들은 브랜드에 내재된 가치를 따지는 것도 특징이다. 일본 기업, 갑질 기업 불매는 산업 전반에 걸쳐 유의미한 결과를 이끌어냈으며, 패션·화장품 산업의 하락 속에서도 친환경·재활용을 내세운 아웃도어 브랜드는 매출 신장을 거듭하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비건 화장품 역시 상승세다. 이런 소비성향은 비단 MZ세대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세대를 불문하고 ‘나’를 중심으로 ‘내가 중요시 여기는 가치’를 기준으로 한 소비활동이 늘고 있어 각 세대의 특징과 소비 패턴을 잘 살펴보고 그에 맞춘 마케팅이 필요하다. 실제 최근 기업들의 마케팅 트렌드를 보면, 매장 수와 같은 숫자 확대보다는 브랜드 가치를 제고시키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고객이 이를 체험할 수 있는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다.

시생활 변화와 그에 따른 니즈 파악해야

이처럼 현재 우리 사회는 코로나19로 인해 생활 전반에 변화가 일어나며 소비문화가 기존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안경사 또한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따른 시생활 변화와 소비트렌드를 파악하고, 그에 맞춰 수요를 예측하고 준비해야만 불황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우선 집에서 일과 학업, 여가 모두를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디지털기기를 활용한 중·근거리 활동이 증가하며 편안한 시야 확보를 위한 니즈가 높아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또한 장시간 디지털기기 사용에 따른 블루라이트 감소, 안구건조 완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시력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홈코노미의 여파 속에 도보로 이용 가능한 동네상권이 주목을 받는 점도 눈여겨볼만 하다. 이는 곧 위치, 규모 등 인프라 보다는 동네의 작은 안경원이라도 각 개인의 역량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환경이 도래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안경업은 대면 업무가 필수고 의료기기를 취급하는 직종인 만큼 비대면 시스템을 활용한 마케팅을 펼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그러나 트렌드를 읽고 가능한 시스템은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관련해서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입은 업종 중 하나가 식음료 분야다. 그러나 비대면 시스템을 도입한 일부 업종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드라이브스루와 사이렌오더가 가능한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테이크아웃 위주의 베이커리 전문점 등이 그 예다. 이에 SNS, 유튜브는 물론 포털의 예약시스템, 메신저의 친구 추가하기 등 온라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은 필수다. 포털사이트의 예약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는 서울의 한 안경사는 “예약 고객에게는 보다 정밀한 검안을 해드릴 수 있어 고객 만족도가 높다. 동료 안경사 분들도 적극 활용하시기를 추천한다”고 전했다.

또한 사회 전반적으로 방역, 위생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의류관리기, 공기청정기 등 위생·클린가전 제품의 판매율이 증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안경원은 대면이 필수인 환경이기 때문에 방역과 관련된 위생에 각별히 신경써야 하며, 이를 철저히 관리해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핵심 가치는 ‘전문성’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가치소비 트렌드다.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안경원의 브랜드 가치를 제고시키고, 고객이 반드시 방문해야겠다고 느낄 만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그렇다면 안경원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일까? 안경 및 콘택트렌즈는 시력교정 및 눈 보호에 직결되는 영역이며, 반드시 안경원에 방문해 구입해야 하는 의료기기다. 검안, 조제 및 가공, 피팅 등은 비전문가가 따라할 수 없는 안경사 고유의 기술이자, 개인의 역량과 노하우에 따라 천차만별의 결과를 만들어낸다. 즉, 안경원 운영의 핵심은 전문성이다. 안보건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프리미엄 아이케어를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협회와 한국갤럽이 실시한 ‘2019년 전국 안경 및 콘택트렌즈 사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안경원 선택 시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은 ‘합리적인 가격(53.4%)’, ‘굴절검사 정확성(47.7%)’, ‘안경 조제 및 가공 실력(29.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1, 2순위 합계 기준). 가격도 중요하지만 못지않게 검안과 조제, 가공 등 안경사의 전문성을 중시한다고 판단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것이 곧 안경사의 경쟁력이며 서비스의 핵심인 것이다. 전문성으로 내실을 다지고, 가격 경쟁이 아닌 전문성 경쟁으로 나서야 한다. 서울의 한 안경사는 “안경사의 전문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누진, 기능성렌즈 시장 확대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초고령화사회로 인해 누진렌즈는 물론, 현대인의 생활특성상 근거리 전용 기능성렌즈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가격이 아닌 전문성으로 승부해야 한다. 전문성이 기반 된다면 고객에게 끌려가지 않고 제 값을 받고 스스로 중심을 잡으며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제 우리 사회는 패러다임의 변화로 기존과는 다른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코로나19와 그 이후의 시대는 외적 인프라 보다는 개인의 역량과 효과적인 디지털 마케팅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안경사는 검안, 조제 및 가공 등 안경사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기술을 소지한 안보건 전문가다. 이에 단순한 시력교정을 넘어 1:1 아이케어로 변화하는 환경에 걸맞은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전문성을 무기로 한 안경원은 차별화된 존재일 수밖에 없으며, 이는 결국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 바로 이 점이 타인과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셀링포인트이자 위기를 헤쳐 나가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전문가로서 소임을 다하고 안정적인 경영을 꿈꾼다면 가격이 아닌 전문가로서의 가치 정립에 힘써야 하는 때다.

함께 힘 모아 위기 극복해야

가장 중요한 것은 5만 안경사의 단합이다. 4차 산업혁명 시기가 도래하는 만큼 안경업계 또한 유통판매 환경에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인해 이 시기는 더욱 앞당겨지고 있다. 현재 우리 업계는 테는 인터넷 등 타 판매처에서 구매하고 안경렌즈만 안경원에서 구매하거나 해외직구를 통해 콘택트렌즈를 구매하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 게다가 라식, 라섹에 이어 노안수술까지 등장했으며, 정부는 비대면 산업 육성 정책의 일환으로 근용안경, 도수 수경에 이어 일반 도수 안경까지 온라인 판매를 추진하고 있어 안경사의 입지가 계속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장기적으로 업계의 경쟁상대가 될 가능성이 있는 스마트안경의 상용화도 눈앞에 있다. 이런 절체절명의 시기에 반목하며 분열하는 것은 업계 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코로나19는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지금은 인류역사 이래 눈의 피로도가 가장 높은 시기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디지털기기 사용률은 더욱 증가할 것이 자명하며, 그에 따라 실내 디지털환경에서 선명한 시생활을 누리고 시력을 보호하고자 하는 욕구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와 더불어 미세먼지, 자외선 등 외부 유해환경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것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근래 안경 착용자가 비착용자에 비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5배 낮다는 연구논문이 발표됐고, 유수의 언론에서 이를 다루며 국민의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안보건 전문가의 역할이 강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산발적인 소규모 집단감염은 지속되고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된 만큼 일부나마 소비심리 회복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현재의 위기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지금은 사고의 전환과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시기임을 여러 지표가 말해주고 있다. 또한 비대면 산업을 육성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맞서 내부의 단합과 결집이 반드시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안경사 스스로의 자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거짓·과장으로 점철된 불법광고를 근절하고 무분별한 출혈경쟁을 중단해야 한다. 더불어 전문성 강화에 힘쓰고, 법정 보수교육과 면허신고, 콘택트렌즈 판매 시 고지 의무 등 국가공인 보건의료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국민의 시생활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 아울러 협회를 위시하여 하나 되어 업권 수호에 힘을 모아야 한다. 기본과 의무를 다하고 안보건 전문가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때 위기를 이겨내고, 업권 수호와 업계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관련해서 김종석 협회장은 “현재 우리 안경업계는 역사 속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직면에 놓여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정부에서는 비대면 산업 부분에 대한 많은 정책을 수립하는 가운데 우리 안경계에도 예외 없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협회가 온라인 판매허용 법안의 저지를 위해서 사활을 건 투쟁을 하고 있지만 협회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우리 5만 안경사들이 똘똘 뭉쳐주셔야 한다. 회원님들께서 협회와 시도안경사회를 믿고 함께 해주시고, 각자의 자리에서 안보건 전문가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때 우리는 큰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며 단합을 강조했다.

지금 우리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환경의 변화를 수용하고 이에 발맞춘 다각화된 노력을 기울여야 소비자의 신뢰를 높이고 업계의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끊임없는 공부와 시대흐름을 읽는 눈, 안경사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안경원 운영은 유례없는 난관을 극복할 활로가 될 수 있다. 아울러 진정한 위기 극복은 단합에서 나옴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