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반경 좁아지며 홈 어라운드 소비 현상 나타나

코로나19로 인해 탄생한 신조어 중 ‘슬세권’이라는 말이 있다. ‘슬리퍼’와 ‘역세권’을 합한 것으로, 슬리퍼를 신고 다닐 정도로 집에서 가까운 상권이라는 뜻이다. 사람들의 생활반경이 집 근처로 좁아진 상황에서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곳 보다는 집 근처에서 소비를 해결하려는 ‘홈 어라운드(Home-around) 소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동네상권의 재발견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심화되며 동네의 재발견이 이루어지고 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이동에 제한이 생기면서 지역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이는 동네상권 활성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인기 앱 3위는 동네를 기반으로 중고물품을 거래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앱이다. 코로나19 이전인 작년 1월에는 월 사용자 수가 458만 명이었으나 현재는 2배가 훌쩍 넘는 1,200만 명을 넘어섰다. 또한 지역 소상공인 매장과 전통시장에서 사용 가능했던 1차 긴급재난지원금 배포 이후 OO페이, OO상품권, OO화폐 등의 지역상품권이 흥하면서 올해는 각 지자체별로 최다 금액이 발행될 예정이다.

실제 동네상권의 소비변화는 어떨까?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상권은 큰 타격을 입었지만, 동네상권은 비교적 하향세가 덜하고 일정 범주에서는 오히려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카드가 지난 4월에 사용자 10만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동안 전체 오프라인 결제건수는 전년대비 6.9% 감소한 반면, 집주소로부터 반경 500m 내에 있는 가맹점에서의 결제는 8.0% 증가했고, 500m~1km 내는 0.4% 증가, 집과의 거리가 1~3km 이내거나 3km가 넘는 원거리 가맹점에서의 결제는 각각 9.1%, 12.6% 감소했다. 집과 가까운 곳에서의 소비는 늘고 먼 곳에서의 소비는 준 것이다. 이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소비 활동의 범위가 집에서 이동수단의 도움 없이 걸어갈 수 있는 반경 1km 이내로 좁혀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카카오모빌리티 디지털경제연구소 자료에서도 백화점·대형마트·면세점 등을 통한 쇼핑은 전년 대비 대폭 줄어든 반면, 주거지에서 가까운 소규모 편의점, 생활용품점, 동네슈퍼를 찾는 이들은 대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전반적인 소비가 비대면 소비로 변화했지만, 일정량의 소비를 동네에서 해결하는 수요 또한 상당수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관련해서 경기연구원의 ‘코로나19 시대, 언택트 소비와 골목상권의 생존 전략’ 자료에 따르면, 소비활동 방식 세부유형별 코로나19 종료 이후의 ‘이용증가지속의향지수’를 산출한 결과, ‘도보이동 매장방문 주문/결제’ 등의 이용증가 지속의향 지수가 높은 편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종식된 후에도 동네상권을 계속 이용할 의향이 비교적 높다는 뜻이다. 더불어 오프라인 상권구조 측면에서는 도보접근성에 기반한 주거지 인접 근린상업중심지가 대형판매시설과 도시중심상권보다 위축 가능성이 더 낮은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더 좁게 더 세세하게… 1대1 맞춤 케어 중요해

안경원은 의료기기를 취급하는 특성상 일반 소매점과의 단순 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동네 주민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소규모 안경원이 많은 만큼 동네상권의 재발견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위치, 규모와 같은 인프라가 주요기준이 되던 예전보다는 각 개인의 역량과 효과적인 마케팅 방안에 따라 동네의 작은 안경원이라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은 초(超) 개인화 시대다. 생활 반경은 좁아지고 제품은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세분화 되고 있다. 안경 제품 또한 착용자 개개인의 눈 상태와 라이프스타일, 사용목적에 따라 다양해지고 있다. 이에 안경사는 가장 먼저 우리 사회의 큰 흐름을 파악하고 다방면에 걸쳐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며, 주고객의 니즈에 최적화된 제품을 구비해야 한다. 전문성을 기반으로 하는 1대1 맞춤 케어는 어려운 시기일수록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